알리 압바시 감독의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는 2024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아는 사업가이자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가 뉴욕의 젊은 부동산 업자였던 시절,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면서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지를 그려냅니다. 단순한 전기 영화를 넘어, 성공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한 인간을 어떻게 잠식해가는지를 예리하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성공을 향한 위험한 거래: 스토리 분석
영화 <어프렌티스>의 서사는 1970년대 후반 뉴욕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도시를 배경으로, 야심은 넘치지만 아직은 세련되지 않은 청년 부동산 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성공의 지름길을 가르쳐줄 멘토, 로이 콘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위험한 성장담입니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의 만남과 관계 변화에 집중하며, 현대 미국 정치의 거대한 아이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로이 콘은 단순히 법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변호사가 아니라,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철학자이자 스승에 가깝습니다. 그는 트럼프에게 “거짓말은 진실을 덮고, 공격만이 승리를 가져오며,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는 극단적인 성공 방정식을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트럼프의 가치관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그를 점점 더 비정하고 냉혹한 인물로 변화시킵니다.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의 성공을 단순히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으로만 그리지 않고, **'콘이라는 악마적 멘토와의 위험한 거래'**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어프렌티스>는 트럼프의 후기 공인으로서의 삶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화법, 극단적인 자기주장, 그리고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사실은 모두 로이 콘에게서 배운 결과임을 암시합니다. 서사는 이러한 3가지 핵심 법칙이 트럼프의 성공과 실패의 순간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이로써 관객들은 트럼프라는 거대한 현상의 기원을 심리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의 틀을 넘어, 마치 현대판 **'파우스트의 거래'**처럼 성공과 권력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인간의 윤리와 도덕,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까지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서사입니다. 감독은 트럼프의 내면을 따라가며, 그가 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수록 본래 가지고 있던 순수한 야망이 어떻게 오만함과 냉혹함으로 변질되는지를 묵직하게 그려냅니다..
압도적 연기: 캐릭터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열연
<어프렌티스>의 성공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앙상블이 서사를 이끄는 힘을 발휘합니다. 세바스찬 스탠은 아직은 유약하고 순진하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청년 트럼프가 점차 로이 콘의 영향으로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소름 끼치게 그려냅니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외형적 모사를 넘어, 트럼프라는 인물이 내면에 품고 있던 불안감과 성공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특유의 제스처와 목소리 톤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적 변화를 디테일한 표정과 눈빛으로 전달하는 연기는 관객들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축이자 심장을 담당하는 인물은 로이 콘을 연기한 제레미 스트롱입니다. 그는 드라마 '석세션'에서 보여준 집요하고 미묘한 연기를 뛰어넘어, 악마적인 지성과 야비함을 동시에 가진 로이 콘을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스트롱은 콘이라는 인물의 광기 어린 야망과 비열함을 동시에 담아내며, 그가 얼마나 매혹적이면서도 동시에 끔찍한 존재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세바스찬 스탠과의 팽팽한 연기 시너지는 영화 전체에 극한의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트럼프가 왜 콘의 가르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납득하게 만듭니다. 콘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트럼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현실화시켜주는 '유혹자'였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캐릭터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들의 연기 대결 자체가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볼거리이자, 성공에 대한 욕망과 그에 따른 영혼의 타락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감독의 의도: 성공의 대가와 권력의 양면성
이란계 덴마크 감독인 알리 압바시는 전작 <경계선>, <성스러운 거미>를 통해 사회의 소외 계층과 인간의 괴물 같은 내면을 탐구해온 연출가입니다. <어프렌티스>에서도 이러한 감독의 예리한 시선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감독은 트럼프라는 인물의 성공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공을 둘러싼 **'도덕적 대가'**를 파헤치려 합니다. 영화는 트럼프가 로이 콘에게 성공의 방식을 배울수록, 그가 소중히 여겼던 가족이나 인간관계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감독이 관객에게 "과연 성공은 자유를 가져오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려는 의도입니다. 알리 압바시 감독은 <어프렌티스>를 통해 트럼프라는 인물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정치 영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현실과 도덕, 윤리의 경계를 허물고, 결국에는 자신을 삼키는 괴물이 되는지를 묵직하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연출은 이러한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감독은 화려한 미장센이나 빠른 편집 대신, 인물들의 내면을 포착하는 클로즈업과 인물의 고립감을 강조하는 롱테이크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는 관객이 트럼프의 성공 이면에 있는 고독과 내면의 파괴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성공이라는 현대 사회의 신화'**에 대한 탐사 보도로서 기획했습니다.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성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지만, 그 길은 결국 도덕적 파산과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트럼프라는 거울을 보며,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소중한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직시하도록 우리를 유도합니다. 이 영화는 특정 정치인을 넘어, 인간의 야망과 권력의 양면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낸 수작입니다.
결론 : 요약 및 Call to Action
<어프렌티스>는 트럼프의 성공을 단순한 전기물로 그리지 않고, 로이 콘과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권력과 야망에 잠식되는지 파헤칩니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성공의 대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